겨울 메뚜기

 

내 받은 것 중의 얼마 떼어서

세상의 가난에게 헌금하겠다고

감사하며 살겠다고 손 내밀었다

 

그래 머리 굴리는 너희들처럼

억 소리 안나더라도 좋으니

몇 푼어치 일이라도 시켜다오

 

오늘 내 몸을 움직여 몇 목숨

벌 수 있을 거라며 길 떠나는

이씨의 발걸음이 가볍다

 

하루 일당 같은 해가 떠오르고

막노동이라도 하라는 소리에

간택 받은 사람처럼

땅에서 펄쩍 뛰어오르는

겨울 저 메뚜기가 날쌔다

 

저 검으퉤퉤한 지천명의 사내가

몸 팔려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일거리를 찾아 어디로 튈지

모르는 내가 들판의 메뚜기

같다고 평생 노동에 붙잡혀

뜨거운 한낮의 불길에 오래 튀긴 듯

 

새벽 바람을 하도 맞다보니

철근 같았던 팔뚝이

이젠 녹이 슬었다며

담배 쥔 손가락이 떨렸다

 

삼십 년 잔뼈를 자랑하는

이씨는 일감이 없다고

사흘을 놀다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