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한 양동이쯤이면 거뜬히

겨울을 나겠다는 듯이

나무는 흥건히 젖는 것이다

 

한 두레박쯤이면

휴식이 달콤하겠다는 듯이

 

하염없이 나무의 빈혈을

거두어가는 것이다

 

빛의 은총을 달게 받던

것들은 지고 비는

 

남쪽 나라 뒤바람

불기 전에 서늘히 비가

내리고 다산한 나무들이

산후조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