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눈

 

너는 흙 한줌 속 헤치고 이듬해 돋아날

제비꽃의 전설을 아는 지 모르는 지

할머니 훌쩍 떠나가신 길

바람 한 점 없이 울렁이는 뒤산길

휘휘 돌아 유유히 사라졌다

폭풍도 아닌 너는 할머니 덮은

잔디에 내린 이슬보다 작은 눈으로

허망하게 산까치 좇는 초췌한

뒷모습만 지켜보고 있었지

 

차라리 너 울울한 울림으로

산을 돌아 허물어진 가슴녘을

후려쳤으면 좋았을 것을

 

흙한 삽에 아버지의 삼키는

눈물 맺히어도 폭풍은 끝내

침묵으로 다가오고 산까치들

늙은 소나무의 솔방울을

구르르 구르르르 울리고 있었다

 

폭풍이 잠든다 하여 잠자는

침묵속에 침잠할 수 있을까

세상 등지고 잠든 할머니의

두 눈을 보지못해 외면하는

흙속에도 폭풍 할퀴고 간 흔적

살아 있을까 흙한 삽에 바람 한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