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로

 

나를 만들어 놓고 늙어버린

사내 내 눈에는 아직도

불씨 남아 있는 것 같아서

활활 치솟는 불길 전해주고 싶은

화로 같은 내가 또 그 옆에 있다

 

저 사내의 머릿속이 궁금해

유리 속으로 얼굴을 들이미니

따스한 온기가 전해진다

잠깐 불 꺼졌다고

유물처럼 모셔두지 않겠다

 

이 강산 들불처럼 행진하며

붉게 달아올랐던 저 사내

가슴에 가득 들어찼던 격정이

한 순간에 썰물처럼 쓸려나갔다

 

노동으로 딱딱하게

굳어버린 손발을 풀어주고

무덤 속의 관 같았던

눈과 입을 열어 주었겠다

 

밤새도록 뜨겁게 살아 있어서

한 겨울 몰아치는 삭풍에도

가계家系를 지켜주었겠다

 

얼음처럼 차가운 저 육신이

손대기도 어렵게 불로 펄펄

끓었던 때가 있었겠다

 

박물관 유리 진열대 안에

구리빛의 사내 하나

목발 딛고 서서 가까스로

세상 떠받치고 있다